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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22:10

2008년 12월 31일


아. 오고야 말았군. 음..

2008년의 끝자락이다.
사실 시간이란 녀석은, 그리 많은 시간을 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최 변하는 구석 없이 꿋꿋하게 아날로그를 고수하고 있는 고집스런 아이인지라, 오늘 자고 난 내일이 어제 자고 난 오늘과 크게 달라짐이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지난 28년간 경험해왔으면서도 매년 이 날의 마음은 여느때와 다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아마 지난 일년동안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던 몇 가지 결심들과, 일들과, 마음들과, 결과들을 이따만한 보리박스 하나에 꾸역꾸역 밀어넣고 박스테이프로 칭칭 봉한 뒤 27개의 박스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그곳에 휙 던져넣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아무도 공인해주지 않았고 공인해줄 수도 없는 공식적인 날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하여, 아쉬움과 후회라는 기본 재료 위에 설레임과 기대라는 메인 양념을 솔솔 뿌려 은근한 불에 올린 후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오도카니 지켜보는 이 기분은 나쁘지 않다. 이렇게 손이 시릴 만큼 꽁꽁 추운 겨울날이라는 것도 제법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올해 나는 잘 살았나 잘못 살았나...로 생각해보는 건 머리도 아프고 꿀꿀해질 것 같으니까.
올해 지금의 나는 작년 이맘때의 나와 무엇이 다른가...로 생각해보자면,

하나, 그냥 딱 떠오르는 대로 말야, 한살 더 먹었네. 에효, 거울 들여다보니 왠지 주름살도 더 늘어난 거 같고.. 엊그제는 오독오독 과자 깨물어 먹다가 이도 하나 깨먹었다. 이렇게 다 되가는건가. 철푸덕. 젠장.
두울, 넙데데데~~해졌다. 쳇. 작년 이맘때는 꽤나 홀쪽했던 듯도 한데. 누구 말처럼 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모처럼 리스타트데이니까, 다시 시작해보자꾸나. 으라차차.
세엣, 아, 지금 난 백수구나. 잇힝~ 작년 이맘땐 직딩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잠시기는 하지만서도 4대보험 어디에도 들어있지 못한 백수다. 한가롭기도 하여라. 후아암~
네엣, 작년 이맘때는 남자친구랑 같이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앞머리 올려 딱핀 꽂고 한쪽 다리 부러질랑말랑하는 안경 걸치고 대학교 1학년때 샀던, 그러니까 10년 된, 가슴팍에 트위티라는 대갈병아리가 윙크하고 있는 다 늘어난 노란 츄리링 차림으로 컴터 앞에서 자판이나 뚜들기고 있다. 뭐 이러냐... 하긴, 그 친구도 똑같은 생각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패스.
다섯, 아, 집이 달라졌구나. 작년엔 휘경동에 살고 있었드랬지. 뭐 그 집이나 이 집이나, 셋방살이는 여전하다. 언제쯤 내집에서 컴터질 하고 있으려나. 10년은 이른 듯.
여섯, .....음.....어....음....끝.

그래, 시간과 진배없이 내 인생도 여전한 아날로그구려. 흐응~ 이건 그닥 맘에 들지는 않는데 말임미다..

하여 작년과 다름없이, 또 몇 가지 계획을 세워본다. 어쩌면 올해는 내 돈주고 사야겠다 싶기도 한 다이어리를 맘속에 그려본 후 똥글뱅이에 색칠도 해본다.
계획도 목표의 내용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끙.

내년 이맘때는 올해 이맘때랑 뭔가 많이 다를래나..좋은 쪽으로 달라졌음 좋겠다.
누가 뭐래도, 난 리스타트하는 날이라고 우길랜다. 그러니까, 이번엔 좀 더 제대로 달려보자. 아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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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14:38

하꼬네 - Kijitei Hoeiso

동경이란 곳에 첨 갔을 때는, 참 꿈도 크고 기대도 컸다.
일본에 대한 몇 가지 환상이 있었는데,

1. 각종게임 및 전자 제품들이 왠지 쌀꺼라는 생각 ==> 싸던말던 난 가난하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2. 맛난 케익과 과자들 천국이라는 생각 ==> 다이어트라는 일대일대의 사명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3.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많을꺼라는 생각 ==> 일단 말이 안통하면 말짱 황이다.

그리하여 딱 한가지 남은 게, 바로 '료칸여행'이었다.
이 역시 가난이라는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뻔.....했으나, 엄마랑 이모들의 방일로 인해 큰 맘 먹고 다녀왔다.

하꼬네에 가면 어디서 묵을지, 사실 이게 젤 중요하다.
내가 몇달 간 주말에 빨빨거리면서 여기저기 돌아본 결과, 일본 뭐 별거 없더라는 거라서 관광에는 별 관심 없었다. 

그래서 꽤나 고심끝에....라고 하기엔 고심할 껀덕지..즉, 정보를 구할 길이 없었기에 막판에 벼락치기로 한 곳을 찍어서 예약했다. 바로 여기~!

'꿩고기정자(?)' 라는 곳이다.


사실 교통편이나 비용을 생각하면 이곳보다 땡기는 곳들도 있었지만....보라, 저 사진을.
저렇게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고즈녁한 여관이야말로 내가 막연하게 그리던 '료칸'의 모습인거다.

여기는 이름이 참 특이한데, 이름 그대로 '꿩고기' 식사가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대충 이렇게 생겼다.  리뷰의 평들은 칭찬이 자자했지만...
솔직히 나로서는 '화식'보다 '한식'쪽에 3만8천4십5배쯤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에 저건 그닥 매력포인트는 아니다.
나는 '눈으로 먹는 음식'보단 '입으로 먹는 음식'이 훨씬 더 좋다. 당최 음식따윌 눈으로 먹어서 어쩌자고 ㅡ.ㅡ;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긴 한데, 바로 이거다.



노천온천~!!!!!!!!!!!!!!!!!!!!!!!!!!!!!
료칸의 매력뽀인트라면 사실 노천온천이 아니겠는가.

내가 본 료칸들의 사진중에서 주변 절경이 가장 빼어난 듯 했기에 이 곳을 택했다. >.<
수질? 뭐 잘 모르겠고,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가을 밤,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달이 두둥실 뜬 하늘을 올려다보며 숲속에 내려온 선녀처럼 기분 내 보는 거다. 후훗~

온천이 끝나면, 대략 이런 곳에서 자게 된다.


솔직히, 하룻밤 자고 2끼 먹고 목욕탕 좀 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덜덜덜..일 수 밖에 없지만,
만약 엄마 안왔음 절대 안갔을꺼다. 그래도 내 힘으로 일하고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되어 엄마에게 여행도 시켜줄 수 있게 되었구나...싶어서 조금은 내가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헤~ ^^*

그리고.... 후기

딱 생각했던 그대로의 료칸 여행을 즐기고 왔다. 기대했던 부분은 만족스러웠고,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은 그냥 그랬다. 다만, 기대 이상으로 엄청나게 만족스러웠던 건, 그 '친절함'

단순히 서비스가 좋다...라고 하기엔 정말 친절하다.
예약이 완료되면 누가봐도 카피-페이스트가 아닌 메일이 날아온다. 그것으로 시작, 해당 료칸에 관한 아주 아주 상세한 컬러 자료집과, 고객의 주소지를 고려하여 료칸까지 오는 차편까지 (심지어 자필로) 메모를 해서 우편으로 보내준다.  물론 전날 예약 전화 확인은 기본이다.

료칸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
사정이 생겨 늦어졌던 식사에도 얼굴 가득 미소로 친절히 서비스를 해줬으며,  다음날이 되자 근처 가볼만한 마쯔리를 추천해주며 *심지어 관련 자료집들까지도 챙겨주고, 돌아오는 길엔 버스정류장까지 동행하여 버스 타고 가는 모습 끝까지 배웅해주었다.

물론 그네들이 우리 일행에 대해서만 유별나게 호의를 갖고 잘해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 한명 한명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 자세는 정말로 배울만하다.

정말이지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이 되었다.

*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자세한 사항은 http://www.hoeiso.jp/englishhyousi.html 요기를 참조하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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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14:24

헤어스프레이(Hairspray)

헤어스프레이
감독 아담 쉥크만 (2007 / 미국)
출연 존 트라볼타, 니키 블론스키, 미셸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켄
상세보기

존 트라볼타. 미쉘 파이퍼. 크리스토퍼 월킨. 퀸 라티파. 아만다 바인스..

그 이름만으로 능히 한 영화의 주연을 해먹을 수 있으신 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뮤지컬을 바탕으로 각색을 했기에 전체적인 대사, 독백들이 노래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거기에 신나는 댄스.

이정도만 해도 볼거리는 충분한 영화이지만, 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는 것은 바로 'goodness'이다.
심각하고 암울하고 배배꼬이는 음모 따윈 없음. 그리고 사랑스러운 대사들.
악역으로 나오는 미쉘 파이퍼와 그녀의 딸 앰버마저도 이렇다할만큼 악독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뻔한 10대 미운오리새끼 백조 프로젝트정도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외모지상주의와 인종차별,갈등이라는 지하철 7호선 승강장 깊이만큼 무거울 수 있는 부정의- 말하자면, 소위 괜찮다....라는 영화는 반드시 그 사회상을 반영하고 문제의식을 드러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 도 효과적으로 덧입혔으나, 그 방법에서도 암울하고 비참한 단면을 비춰주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하게, 그리고 살짝의 감동을 가미해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나는 이 점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반드시 누군가의 비맺힌 절규가 있어야만, 혹은 비장한 희생이 있어야만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건 아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런 느낌이 딱 좋은거지. ^__^

뮤지컬 영화이기에 당연히 춤과 노래가 압권이다.\
특히 흑인들의 거리 행진에서 퀸 라티파가 부른 노래 "I know where i've been" 은 정말 킹왕짱이다. ;ㅁ;
가사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자막만 보면서 눈물을 질질 흘렸을 정도니까. 우하하~

뮤지컬이 공연된다면 정말 꼭 보고 싶다!! >_<
사족으로, 미쉘 파이퍼는 노래"도" 잘한다...멋져 언니.. '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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